▶ 상지건축 창립 50주년 기념 기획,
기억과 기록으로 쌓은 부산의 미래
상지건축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부산이라는 도시를 보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조망했다. 2023년 5월 16일, 유네스코는 한국 최초로 세계유산의 근대유산 분야 잠정목록에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공식 등재했다. 최종 등재를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에게 피란수도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2015년부터 지역사회의 인문학과 문화적 가치 고양을 위해 노력해 온 상지인문학아카데미는 경성대 강동진 교수와 국제신문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과 함께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피란수도 부산의 이야기를 확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부산의 지형적·역사적 특징이 씨줄과 날줄로 어떻게 짜여 지금을 만들었는지, 그것들을 융합해 우리는 ‘부산’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한 결과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격주로 진행된 인문학 강연에서, 또 국제신문 지면을 통해 기획 연재 기사로 시민들에게 공유되었으며 ‘2023 부산광역시 문화상(공간예술 분야)’ 수상자인 상지건축 허동윤 회장이 받은 상금으로 이 모든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 펴냈다.
저자(글) 허동윤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대표이사
저자(글) 심상교
부산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저자(글) 차철욱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
저자(글) 윤태환
동의대학교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저자(글) 서용철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 원장
목차
여는 글, 『오! 부산』을 펴내면서 - 허동윤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대표이사
프롤로그 -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부산 유산 1번지, 부산항 이야기 - 강동진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 구호와 재건의 도시 부산 - 전성현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
피란의 공간, 착란의 도시 - 우신구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부산의 흥, 채찍으로 팔방을 가리키며 - 심상교 부산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과 문화 르네상스 - 이순욱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문화의 기수역(汽水域), 부산의 힘 - 장현정 ㈜호밀밭 대표
부산 사람의 기질 - 차철욱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
부산 공동체를 위한 살림의 집을 향하여 - 유재우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레이어드 도시, 부산의 건축 - 이승헌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지역 관광, MICE산업 그리고 해양문화 - 윤태환 동의대학교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지역의 연결자 로컬 브랜딩 - 홍순연 ㈜로컬바이로컬 대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미래 첨단산업 - 서용철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 원장
책속으로
p.7 초·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을 졸업한 후 예순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부산에 살면서, 부산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구나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사성과 특수성에 주목하며 2007년부터 ‘열린부산·도시건축포럼’을 이끌어온 필자에게 부산의 미래는 늘 숙제처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p.40 부산의 유산! 그것을 찾아보려 한다. 열세 꼭지의 이야기를 통해 ‘부산의 유산이 부산의 미래다’라는 명제 정립에 도전해 보려 한다. 이 도전의 시간이 부산의 존재감과 부산의 미래가치를 보다 넓고 깊게 우리 역사 전면에 드러낼 수 있기를, 또한 채워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p.73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 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사일로이자 68개의 저장고를 가진 ‘곡물전용창고(사일로)는 국제적인 대규모 문화시설로, ‘제1부두’는 피란수도 부산의 상징물이자 바다로 열린 역사문화의 광장으로, ‘국제터미널과 연안터미널’은 부산항박물관이나 아카이브센터로, ‘부산공동어시장’은 맨손경매가 이루어지는 영원히 살아있는 수산업의 현장으로, 남항의 ‘수리조선소들’은 살아 약동하는 첨단의 조선소로, ‘봉래동의 창고들’은 MZ세대들을 끌어 모으는 다기능 수변시설로, ‘40살을 훌쩍 넘은 크레인들’은 부산의 신 랜드마크로, 다양한 형상의 ‘계선주들’은 다양한 부산항의 기억장치 등으로 활용되길.
p.102 이처럼 피란수도 부산과 부산항은 대한민국 구호와 재건의 시작이며 중심이었다.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원조하는 나라로 변했다.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과 전후 복구가 부산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부산으로부터 다시 시작되었던 것이다.
p.127 2000년대 접어들어 부산은 탈산업도시로 변화하였다.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공장들은 이제 더 이상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은 이제 금융, 물류, 영상, 관광, 컨벤션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부산의 곳곳에 남아 있는 공간적 서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의미를 부여하였다. 20세기 후반 부산에 새겨진 생존과 희망의 공간적 서사 중에서 우리는 겨우 감천문화마을 하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p.150 이처럼 부산의 흥은 서서히 퍼져가는 물결처럼 시작되어 결국 거친 파도가 되어 삼키려는 듯 달려든다. 이런 흥은 영남지역의 대표적 민요인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등과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로부터 쌓인 흥들이 부산의 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궂은 비 내리는 날, 도라지 위스키 한 잔도,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고는 그 아픔을 웃음에 묻는 넉넉함도 모두 부산의 흥일 것이다.
p.177 한국전쟁기는 서울과 지역 사이에 존재했던 문화자본과 예술의 격차가 일거에 무너진 시기다. 부산은 한국 문화예술의 중심 지역으로서, 전시담론과 국민형성담론을 가파르게 생산하면서 문화예술의 부흥기를 누렸다. 그러나 정전협정의 체결과 환도는 전중기의 매체 환경을 재편하고, 반공전선의 기지이자 결전 문화예술의 거점이었던 피란수도 부산의 위상과 성격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p.198 육지에서는 땅의 소유가 너무 중요했기에 명료하게 선을 긋고 여기서부터는 내 땅, 저기까지는 네 땅 하는 방식의 ‘선 긋기(kritik)’가 중요했다면 바다에서는 다르다. 바닷가 도시의 세계관은 차라리 직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예술의 영역과 더 어울린다. 육지에서는 길을 따라 움직이지만, 바다에서 배는 길을 내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먼저 지나간 뒤에야 길이 생긴다는 건 근사한 일인데, 바로 거기에 부산의 힘이 있다.
p.203 부산 사람의 기질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이란 어렵다. 아니 어쩌면 부산 정체성을 찾는 일이 무모할지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부산 사람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통해 오늘날 부산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요소를 가지고 논의해 보려고 한다.
p.241 이제 부산은 포용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전 지구적 환경과 인구 감소시대를 맞이하며 집이 어떤 가치를 갖는 변화가 필요할까, 스스로 물어볼 때가 되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싸게 빨리’의 시민에서 ‘더불어 행복’이라는 공동체 살림을 위한 살림집을 위한 부산시민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p.267 이처럼 부산은 다섯 가지의 독특한 컬러 혹은 독특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어느 도시가 이런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을까 싶다. 말 그대로 오색찬란한, 오채영롱한 도시다. 이런 다양한 켜가 레이어드 되어 있는 도시에 건축은 어떻게 절묘하게 직조되어야 할까? 도시의 켜에는 하나도 관심 없는 무심(혹은 무식)한 짓기나 표피적 흉내 내기 수준의 질 낮은 짓기는 점차 지양해야 한다. 도시의 켜를 더듬어 살피는 세심한 잇대어-짓기가 당연시되고 보편화된다면, 우리 도시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며 살고 싶은 매력도시가 될 것이다.
p.291 동남권 광역 관광권, 나아가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의 핵심 거점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할 때 부산은 명실상부한 국제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울경, 나아가 남부권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상생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는 인식이 절실한 때이다.
p.312 브랜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탄생하고 소멸한다. 경험상 3년 이상 브랜드를 알리지 않으면 소비자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성수동 같은 힙한 공간에서도 무수히 많은 브랜드들이 노출되고 소멸되며 시간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은 느림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브랜딩 활동을 한다. 지역의 매력은 이럴 때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서로를 응원하면서 협력하는 모델들이 발견되고 지속된다면 더욱 빛을 내지 않을까.
p.316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도시브랜드 평가’와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시민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와 체험 장소 25곳’에 부산을 선정해 부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했다. 민선 8기 부산시는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시정의 새로운 가치로 삼고 글로벌 허브도시와 시민행복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판사서평
▶ 풍요로운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는 도시, 오! 부산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프롤로그」와 「부산 유산 1번지, 부산항 이야기」에서 부산의 뿌리부터 차근차근 톺아가며 20세기 부산과 21세기 부산에 이르기까지 사회, 역사적 배경을 통해 부산의 유산이 부산의 미래라는 명제에 도전하는 이유와 부산항의 역사가 대한민국 근대사의 ‘방점’이고, 한국전쟁의 반전을 가져오게 했던 ‘전환점’이자 국제물류도시 부산의 ‘출발점’임을 알려준다.
동아대 사학과 전성현 교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 구호와 재건의 도시 부산」에서 국제구호지원과 인류애에 맞춰 한국전쟁 이후 부산이 구호와 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했으며 이제는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했다며 대한민국은 부산으로부터 다시 시작됐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의 「피란의 공간, 착란의 도시」는 ‘부산의 도시공간에 새겨진 생존과 희망의 공간적 서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부산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된 계기와 그로 인해 나타난 건축적 변화를 살펴본다. 아미동, 감천, 영주동 산복도로 등 피란민이 모여 만든 마을, 개항 이후 광복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겪으며 만들어진 공간적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채찍으로 팔방을 가리키며’라는 부제가 달린 부산교대 국어교육과 심상교 교수의 「부산의 흥」은 백오십 년 전쯤 동래지역에서 시작된 동래야류, 수영야류의 흥부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문성재의 〈부산갈매기〉에 실린 흥, 그리고 동해안 별신굿에 이르기까지 한스러운 슬픔이 타자와 어깨를 걸고 새로운 삶의 흥으로 승화한 부산의 흥이 서서히 물결처럼 시작되어 결국 거친 파도가 되어 삼키려는 듯 달려든다고 표현했다.
부산대 국어교육과 이순욱 교수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과 문화 르네상스」에서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영상, 사진 등 한국전쟁기 부산은 문화예술의 중심 지역으로 전시 담론과 국민 형성 담론을 가파르게 생산하면서 문화예술의 부흥기를 누렸다며 그것이 부산 문화의 밑거름이 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현정 호밀밭 대표는 「문화의 기수역(汽水域), 부산의 힘」에서 부산이 가진 문화의 독특한 위상을 시대별, 장르별로 다양하게 살펴보며 부산의 힘이 이질적인 것들이 자연스레 섞여 공존하는 다양성으로 시작해 스스럼없이 만나 서로 소통하는 혼종성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교수의 「부산 사람의 기질」은 오늘날과 같이 많은 사람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고 무모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부산 사람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통해 부산 사람의 기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대 건축학과 유재우 교수는 「부산 공동체를 위한 살림의 집을 향하여」를 통해 살림을 살리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방 이전부터 지금까지 시대별로 살펴 부산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미래의 집까지 상상하며 실천적 결단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동명대 실내건축학과 이승헌 교수는 「레이어드 도시, 부산의 건축」에서 인구 350만의 대도시에 산과 강이 엉켜있는 지형적인 특징, 짧은 기간 겪은 근현대사의 드라마틱한 여러 사건, 과거 역사가 남긴 충돌의 흔적들과 산업화를 이룩하기 위한 억척같은 노동의 잔재들, 첨단 미래 도시로의 열망이 도시 곳곳에 뒤섞여 있는 곳이 부산이라며 바다, 전쟁, 골목, 영화, 경계라는 다섯 가지 켜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레이어드 되어 있는 도시 부산의 켜를 더듬어 살펴보고 있다.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윤태환 교수는 「지역 관광, MICE 산업 그리고 해양문화」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MICE 산업과 관광 목적지로서 부산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방법과 해양도시 부산의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 및 해상공간 활용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 해양관광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생활 깊숙이 해양문화가 들어와야 하며, 광역적 관점에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주)로컬바이로컬 홍순연 대표는 「지역의 연결자 로컬 브랜딩」에서, 로컬 브랜딩은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존 문제에 대한 고민과 그 대응 방법으로 시작되었다며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구축보다 동네의 작은 스토리를 발굴하여 브랜드화하는 것에 주목해보자고 제안한다. 서부산, 영도, 망미동 등 부산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컬 브랜딩의 사례와 연결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눈높이와 일자리, 정주 여건, 관광, 콘텐츠까지 확장되고 지역과 지역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 서용철 원장은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미래 첨단산업」에서 부산의 산업과 경제 성장의 과거를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신산업에 대한 방향과 가능성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