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년간 ‘마음의 감기’에 시달리며 약물을 복용한 92년생 김지영이 WPI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삶을 찬찬히 돌아보고, 이후 그녀가 아로새길 자신만의 미래는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저자(글) 황상민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황상민 박사는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부를 졸업,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거쳤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후 귀국해 세종대 교육학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한국 사회 속 한국인의 심리, 다양한 주제에 따른 심리에 관해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그의 연구결과는 2000년 저서 『인터넷 세계의 인간심리와 행동: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를 시작으로 『한국인의 심리코드』, 『독립연습』, 『짝, 사랑』, 『나란 인간』, 『대통령과 루이비통』,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등 책 수십 권과 백 편에 가까운 연구논문, 발표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30년 이상 이어온 ‘한국인의 심리’에 대한 탐구 결과를 토대로, 개개인이 자신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WPI 검사(Whang’s Personality Inventory)를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마음의 MRI’ 검사들을 개발해 누구나 각자 다양한 삶의 문제나 이슈와 관련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자기 삶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각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각자 갖게 되는 자기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이 심리검사들을 활용해 각 사람들이 자기 삶의 어려움과 아픔의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심리상담 모델’을 고안했다.
황상민 박사는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4년, 당시의 대통령 박근혜 씨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국가 지도자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혼군’일 뿐 아니라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임을 확인하고, 이를 2015년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와 ‘신동아’에 발표했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대중의 마음읽기’ 연구 결과를 알린 것임에도 연세대학교는 ‘테뉴어(종신 재직)’ 교수였던 그를 ‘겸직 금지’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해임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도 그는, 각 사람들이 통념이나 진리처럼 믿고 있는 수많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파악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마음읽기’라는 방식을 통해 각자가 가진 삶의 어려움, 마음의 아픔과 관련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방법으로 그는 무엇보다, 현대 의학에서 ‘마음의 아픔’을 ‘정신병’이라 규정하고 ‘치료’라는 이름으로 ‘정신병 약’을 많게는 수십 년까지 복용하게 하는 해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절대적 권위와 권력을 가진 리더가 대중의 마음 속에 ‘혼군’이나 ‘꼭두각시’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을 때 ‘탄핵’이나 ‘파면’과 같은 사회 혼란과 어이없는 비극적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그는 확인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수준이 아니라 개인 삶의 문제로 전환될 때 누구나 자기 ‘마음의 아픔’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그가 대학교수에서 해임된 이후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더욱더 잘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아픔을 현대 의학에서는, 그 아픔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하기보다, 단순히 ‘뇌나 신경계’ 등 신체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라고 본다. 이렇듯 ‘마음의 아픔’을 ‘정신병’이라 규정하는 현대 의학의 치료 모델에 대해 그는 의문을 제기한다. ‘신체 활동에 작용하는 약물’을 마치 ‘정신’이나 ‘마음의 아픔’을 치료하는 약물인 양 권장하는 현대 의학의 치료 방식은 곧 동화 속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옷’을 판 재단사의 행위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병’을 치료한다면서 약을 수년, 아니 거의 평생을 복용하게 하는 ’약물 중독 해법’을, ‘병’이라 불리는 삶의 아픔이나 문제에 대한 ‘치료법’으로서 인류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지 의문을 제기한다. ‘증상’이라 칭하는 특성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정신병 약’을 복용하게 하는, 현대 정신의학의 비극적 약물 치료법에 대한 그의 의문과 대안적 해법을 이 책 〈92년생 김지영, 정신과 약으로 날려버린 마음, WPI 심리상담으로 되찾다〉에서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속으로
138쪽
나는 한 달 째 정신과 약을 끊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며 내 생활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내가 약을 계속해 먹기를 바랐다. 약을 먹어야만 내가 발작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힘든 상태에 빠지는 어떤 이유를 약이 알아서 처치해 주기를,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했던 걸까. 내가 고통을 겪느냐 마느냐는 약을 먹느냐 마느냐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겠는데. 애초에 내가 겪는 아픔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처럼, 나의 아픔과 약물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도대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했다.
_4.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 엄마 김지영
194~195쪽
가끔씩 창문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제각각 다른 이유로 행복해하고, 서로 다른 아픔 때문에 불행해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중 한둘은 어쩌면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야음 속에서 혼자 삭히고 있을 그들 곁에는 두툼한 약 봉투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나의 아픔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스스로 보지 못했던 그때 나의 책상 서랍처럼.
5년 전에는 꿈조차 꿀 수 없던, 기적 같은 오늘을 나는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남들에게 나는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북받치고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불안해하는,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섬세하고 예민한 김지영이다. 그럼에도 나 자신은 어딘가가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창문 너머에 살고 있는 당신에게도 내가 만들어 가는 삶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몇 개의 단어와 몇 줄의 문장으로 적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형벌처럼 느껴지던 아픔이 때로는 나답게 살아가는 삶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모두가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짙은 어둠에 가리워진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가 가닿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라본다._에필로그
출판사서평
데파스, 웰부트린, 아빌리파이, 졸피뎀, ⋯.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아픔에 시달리면서
‘몸’에 작용하는 약물을 무려 십수 년간 복용해온 92년생 김지영.
WPI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삶을 돌아보면서 ‘평소 나조차 망상이나 환각 등 이상 증세일 뿐이라며 괴이하게만 여기던 나의 행동은 실제로 나의 어떤 특성과 어떤 인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평생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내 아픔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얼기설기 뒤엉킨 매듭을 하나씩 풀어내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나에게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일.’
바로 자기 삶의 주체로서 그녀만의 미래를 또렷이 아로새기는 과정을 첫 번째 ‘WPI 심리상담 다큐 소설’에서 엿볼 수 있다.
책도 영화도 아닌 현실에서 직접 만나는 ‘김지영’ 씨는 어떤 사람일까요?
‘82년생 김지영’ 씨를 처음 그려낸 조남주 작가는 책에서 그녀를 정신과로 보내 의사와 상담도 받고 약물 치료도 받게 합니다. 그러나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황상민 박사는 예민하고 섬세한 김지영 씨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픔을 겪으며 오랜 시간 힘들어했는지 그 마음을 읽어줍니다. 이로써 그녀가 자기 아픔의 정체를 파악하여 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저도 모르게 약물 중독이 되는 세상에서, ‘마음읽기’를 통해 그 누구도 아닌 김지영 자신으로서 진정 행복한 삶을 향해 스스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 말
"지영 씨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듯 보여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모른 채로 막연히 정답을 찾아 자욱한 안개 속을 더듬더듬 헤매고 있는 나의 모습이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각자 삶의 무게를 서로 비교하며 ‘네 아픔쯤이야. 그만 징징거려.’ 이렇게 가벼이 여기고 폄훼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누군가가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잘 모르면 그 마음을 물어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지영 씨는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했고 박사님은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정리해 주었을 뿐인데, 지영 씨가 그렇게 속시원해 하는 부분에서 놀라웠어요. 그때까지는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남편도, 부모님도, 심지어 의사까지도요.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남편분 역시 그동안 배우자의 발작적인 모습과 끔찍한 병명에 얼마나 걱정이 되셨을까요?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혼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그 고민의 무게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