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름답고, 무엇에 이끌리는가?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인간의 신체 매력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통섭하며 분석
‘아름다움’과 ‘이끌림’의 이해를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한 본질적 의미 함께 물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 컬러 도판으로 소개하며 이해 돕고 읽는 재미 더해
인간의 아름다움에는 비밀이 있을까? 그리고 순간의 이끌림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상적인 비례와 조화로운 대칭 때문에 상대에게 이끌리는 걸까? 아니면 서로의 몸에서 매혹적인 곡선을 발견한 걸까? 특히 여성의 ‘허리-엉덩이’ 비율과 남성의 ‘허리-가슴’ 비율이 최적이어서? 매력적인 몸무게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그리스의 작은 섬 밀로에서 두 팔이 사라진 채 발견된, ‘밀로의 비너스’를 동반자로 삼아 이 오래된 논쟁의 역사·과학·사회·문화적 맥락을 관통하는 여정에 나선다. 이 매혹적인 과정에서 우리는 플라톤에서 미켈란젤로, 루벤스에서 마네, 다윈에서 스티븐 제이 굴드, 셰익스피어에서 나오미 울프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 역사가와 비평가, 화가와 작가로 이루어진 인상적인 갤러리를 마주하게 된다.
저자(글) 비렌 스와미
Viren Swami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자 말레이시아 페르다나대학교 심리학연구소의 소장이다. 신체적 매력, 진화이론, 과학철학 등에 관한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력을 설명하다Attraction Explained》, 《진화심리학 : 비판적 해설Evolutionary Psychology : A Critical Introduction》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남녀의 성 역할, 사람들 사이의 이끌림, 인간의 매력에 관한 비교문화를 주되게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몸무게에 근거한 낙인찍기와 같은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번역 유강은
인문사회, 역사 분야의 책을 두루 옮겼다. 옮긴 책으로 《도덕의 기원》, 《위어드》, 《타인의 해석》, 《에도로 가는 길》, 《야망계급론》, 《능력주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등이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감사의 말
1_파리스의 심판
2_철학자들의 미
3_다윈의 유산
4_두꺼비와 악마
5_빙켈만과 벨베데레의 아폴론
6_다르게 보기
에필로그_밀로의 비너스의 사라진 팔
더 읽을 거리
출처와 제공자
그림 출처
책속으로
"아름다움에 관한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이런 여정에 나서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동반자이자 안내자로 〈밀로의 비너스〉를 데려갈 생각이다.” -34쪽
"다빈치가 〈모나리자〉에서 황금비율을 의식적으로 활용했음을 보여주는 문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46쪽
"피타고라스의 고찰은 이제 대칭의 필요성을 나타냈다. 이런 대칭의 필요성은 신체적 매력 연구에서 가장 지속적인 하나의 규범이 된다.” -48쪽
"다윈이 볼 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내 ‘미개인’ 조상들과 유럽인들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신체적 매력의 공통된 속성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78쪽
"[허리-엉덩이] 비율은 건강과 생식력의 지표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잠재적인 짝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라는 ‘진화심리학’의 가정을 강화해 준다.” -85쪽
"[허리-엉덩이 비율은]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허리-엉덩이 비율 수치가 낮을수록 허리가 상대적으로 잘록한 이른바 콜라병 몸매가 된다.…여성은 성인기 내내 남성보다 낮은 허리-엉덩이 비율을 유지하지만, 폐경 이후에는 이 비율이 남성의 범위에 접근한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87쪽
"여성은 남성의 매력을 평가할 때 허리-엉덩이 비율을 활용하지 않는다.” -117쪽
"각기 다른 종족 집단은 건강과 생식력을 위한 상이한 최적의 체질량지수를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몸무게를 생식력과 건강의 단서로 활용하는 한, 각기 다른 종족 집단에서 몸무게에 대한 선호가 달라질 것이다.” -140쪽
"만약 아름다움이 우리의 생물학에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아름다움은 변화하고 유연하며 따라서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발견한 결과였다.” -154쪽
"요컨대, 매력에 관한 우리의 이상은 우리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지 않다.” -160쪽
"여성은 남성의 신체적 매력에 매혹되기는커녕 중저가 옷을 입은 남성보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을 더 좋아하는 한편, 여성이 짝을 찾기 위해 신문에 내는 광고는 대체로 부나 지위를 크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199쪽
"즐겁기보다는 대결적이고,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며, 신화적인 대신 당대적으로 보이는 평범한 고급 매춘부의 이미지인 〈올랭피아〉를 마주한 프랑스 비평가들은 당연히 격분했다.” -221쪽
"첫째, 아름다움은 확실히 상대적인 것이며, 둘째, 아름다움은 흔히 우리의 믿음과 편견을 반영한다.…아름다움은 대개 여성의 몸에서 찾아야 하며, 남성에게서는 한결 드물게 나타날 뿐이다. 여성 신체의 이런 본질적 대상화는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231쪽
"울프는 지금까지 우리가 질문한 것처럼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는 다른 질문을 던지라고 권유한다. ‘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가?’” -248쪽
"우리는 물론 〈밀로의 비너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비너스의 두 팔을 복원한다고 해도 그녀의 오른발은 12.5인치(약 31.8센티미터)로 거대하고, 비너스는 약하고 균열이 생겼으며, 코끝이 사라지고 왼쪽 젖꼭지가 도려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이 불완전함 속에 존재할 분명한 가능성에 마주한다.” -262쪽
"신체적 특징은 규범적인 것이 아니라 묘사적(기술적)이며, 그 특징이 무언가를 묘사할 때에도 한심할 정도로 불충분하다. 결국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각자 다른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인다.” -265쪽
출판사서평
‘0,7’이 최적이라는 ‘허리-엉덩이’ 비율
모 속옷 광고의 카피로도 유명한 ‘사랑의 비너스’는 두 팔이 없다. 왼쪽 젖꼭지도 떨어져 나가 있으며 조각 곳곳에는 균열의 흔적마저 있다. 마른 체형을 다수 선호하는 현재의 기준에서 보자면, 다소 풍만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비너스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으로 대표되며 〈모나리자〉와 더불어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라는 타이틀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이 ‘밀로의 비너스’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비너스’이다. 두 팔이 없고, 균열과 함께 젖꼭지도 떨어져 나가고 풍만하기까지 한, 이 ‘밀로의 비너스’에게 우리는 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끌리게 하는 것일까?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과학, 철학, 예술 분야 등의 학자들은 인간의 매력을 탐구해왔다. 그 중 오래되고 익히 알려진 것은 신체 비례에 관한 이론이다. 마치 고대 철학자들이 건축물의 이상적인 수학적 비례(황금률)를 인간의 몸에 적용했듯이, 현재의 우리도 특정한 신체 비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된 연구들을 소개하며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는데 특히 여성의 ‘허리-엉덩이’ 비율과 ‘몸무게(체질량 지수)’에 관한 이론에 주목한다.
이 비율은 여성의 허리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눈 값인데 수치가 낮을수록 허리가 잘록한 소위 ‘콜라병’ 몸매가 된다. 이 연구들이 가리키는 이상적인 비율은 ‘0.7’이다. "이 비율은 건강과 생식력의 지표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람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잠재적인 짝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라는 ‘진화심리학’의 특정 주장에 대해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이 비율의 선호가 인류의 진화적 적응이라면, 광범한 지역과 인종·민족에서 발현되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학 등 여러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유럽과 비유럽, 인종(백인, 흑인, 아시아인), 지역(도시와 농촌) 간 선호 차이, 같은 부족이지만(아마존의 마치겐카족) 외부 세계와의 접촉 정도, 심지어 유럽 내에서도 국가 간 경제력에 따른 선호 차이에 관한 여러 연구가 이를 반증한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남성의 신체적 매력과 부와 지위의 연관성에 관한 주장도 살펴본다. 여성은 좋은 유전자를 남겨줄 남성의 신체적 매력(역삼각형 몸매를 보여주는 ‘허리-가슴’ 비율)보다 양육 자원을 많이 확보한 남성을 선호한다는, 예컨대 "중저가 옷을 입은 남성보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을 더 좋아”한다는 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래서 "만약 아름다움이 우리의 생물학에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아름다움은 변화하고 유연하며 따라서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임을 전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발 나아가 미국의 사회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오미 울프의 말을 인용하며 묻는다. "울프는 지금까지 우리가 질문한 것처럼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는 다른 질문을 던지라고 권유한다. ‘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가?’”
수많은 연구들이 ‘매력 없는(특히 비만)’ 사람은 무능하고 자제력이 없다고 여겨지며, 이런 태도가 임금과 승진, 고용과 관련되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매력 없는’ 사람은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교사들조차 이들을 부정적인 태도로 대하고 결국 낮은 대학진학률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신체적 매력이 개인의 선호나 ‘사랑’의 차원을 넘어 ‘관계’, 특히 사회적 관계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
그렇다고 이 ‘아름다움의 신화’가 특히 여성에게 일방적이고 조직적인 억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름다움의 신화’는 인류 역사에서 특정한 정치·경제적 사회 양식에서 비롯되었음을 함께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신체적 매력에 대한 선호와 왜곡은 결국 사회적 산물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해야만, ‘아름다움의 신화’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예컨대 미술사에 국한하여 보자면, 20세기 초 기존의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경제적 환경의 등장 덕분에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다른 눈을 통해 세계를 재해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신화’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밀로의 비너스’도 헬레니즘이라는 당대의 역사·사회·문화적 산물임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기에 두 팔이 없이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이 불완전함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마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