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이 세 가지 열쇠말로 분석한,
청소년 필독 문학 작품 해설서, 그 두 번째 이야기 ‘역사’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는 2018년부터 네이버 오디오 클립 채널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에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맛깔나면서도 깊이 있는 해설로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6년 넘게 녹음한 내용을 청소년과 문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책으로 새롭게 엮어 낸 것이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 시리즈다.
이 책은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내어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학교 현장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들이 추출한 열쇠말은 문학 작품의 숨은 의미를 밝혀 주는 별처럼 빛난다. 예리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학 비평과 해설임에도 독자들에게는 마치 수다쟁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상대와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말투가 책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이야기 ‘역사’ 편에는 역사를 주요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 38편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다. 『칼의 노래』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사의 여러 사건까지, 역사 속에서 우리가 꼭 기억하고 생각해 보아야 할 작품들이 다양하게 선정되어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그리고 그 의미를 새롭게 파악하는 선생님들의 해설을 통해, 문학이 역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좌절하고, 위기를 극복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다양성 또한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김훈, 최명희, 심훈, 조정래, 권정생 등 오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부터, 한강, 공지영, 성석제, 이기호, 정이현 등 최근의 유명 작가와 신예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군의 작품 해설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 시리즈는 지난 1월에 "첫 번째 이야기 성장”을 시작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성장 편에는 청소년들의 아픔과 고민, 성장을 담은 문학 작품 40편의 해설이 실려 있다.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 시리즈는 이후에도 사랑, 자본과 노동, 인간과 예술, 소외, 일상, 고전 문학, 세계 문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여, 전 9권 완간을 목표로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글) 전국국어교사모임
(사)전국국어교사모임은 학생들의 삶을 위한 국어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국어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나라 국어 교육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으며, 여러 소모임에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선생님들과 나누며 책으로 펴내기도 합니다.
기획위원
강양희 - 엮은이 대표 / 경기 한수중학교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 깊고 넓게 생각하는 사람, 함께 사는 삶을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 내고 싶은 국어 교사입니다.
강건후 - 경기 백석고등학교
우물쭈물하다 우연히 국어 교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마침내 삶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한 교사입니다.
김언주 - 서울 방이중학교
학생들과 대화하고 몸을 움직이며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직은 배우고 싶은 것이 더 많은 국어 교사입니다.
이우성 - 경기 양일중학교
언어의 매력을 전하는 국어 선생님. 단어의 마법과 이야기의 힘을 통해 학생들을 감동시키고 깨달음을 선사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 녹음본 원작자 선생님들
교육과정연구모임(박상규), 강원국어교사모임(박영희, 박인교), 경기국어교사모임(한광수), 광주국어교사모임(이태경, 조미숙, 한은영), 대구국어교사모임(박정현, 박혜신, 성은주), 대전국어교사모임(한선희), 부산국어교사모임(이성수, 정지윤, 천효선), 울산국어교사모임(고용우, 김인, 박수진, 오동훈), 인천국어교사모임(이효선, 장성렬), 전남국어교사모임(강승욱), 전북국어교사모임(형은수), 제주국어교사모임(황문희), 전북국어교사모임(문상붕, 이정관, 형은수)
목차
1부 역사가 된 사람
김훈/ 칼의 노래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최명희/ 혼불
심훈/ 상록수
조명희/ 낙동강
이광수/ 무정
2부 역사의 무게에 눌리다
조정래/ 유형의 땅
백신애/ 꺼래이
유진오/ 창랑정기
채만식/ 태평천하
조해진/ 사물과의 작별
최윤/ 회색 눈사람
3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현기영/ 순이 삼촌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윤정모/ 밤길
이순원/ 얼굴
한강/ 소년이 온다
공지영/ 인간에 대한 예의
정이현/ 삼풍백화점
4부 전쟁 그리고 상처
김소진/ 쥐잡기
이기호/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
선우휘/ 불꽃
윤흥길/ 장마
임철우/ 아버지의 땅
이창동/ 소지
5부 이념의 칼날
최인훈/ 광장
최은영/ 씬짜오, 씬짜오
박태순/ 무너진 극장
임철우/ 붉은 방
허준/ 잔등
박상우/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6부 그래도 삶은 흐른다
권정생/ 한티재 하늘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염상섭/ 만세전
채만식/ 치숙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성석제/ 조동관 약전
이호철/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책속으로
만석의 삶은 물론 개인적인 비극이지만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상황과 무척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황 서방도 시국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양반과 상놈의 처지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 신분제 아래 억압당해 온 사람들의 한스러운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 과정에서 대립하고 보복하면서 피 흘린 역사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이 땅에서 상것으로 살아온 한 인간의 한풀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62쪽 (조정래/ 유형의 땅 중)
「순이 삼촌」은 통한의 역사이며 금기의 역사인 제주 4·3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금서로 지정되어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질 정도였지요. 쉬쉬하던 역사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던 작가의 참여 정신은 9년이 지나 빛을 발휘합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열기는 4·3의 억울한 목소리들을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게 했습니다. 사회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관련 서적과 증언 등을 토대로 한 새로운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문학이라는 허구의 세계가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하는 역사를 현실이라는 현장으로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제주 4·3의 현장을 지나온 ‘순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제주 4·3이라는 역사를 새롭게 이야기하게 만든 것이지요.
문학은 허구입니다. 그러나 그 허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일깨우게도 합니다. 「순이 삼촌」은 문학이 어떻게 역사를 이야기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 108쪽 (현기영/ 순이 삼촌 중)
작가는 이 소설을 피해 갈 수 없었다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30여 년 전 광주에서 죽은 소년을 만나는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볼 수 있지요. 그리고 작가는 21세기인 현재에도 광주는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용산 참사를 보면서 광주를 떠올리지요. 부마 항쟁에서 공수 부대로 투입됐던 군인은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전에 파견되었던 어느 한국군 소대의 학살 행위에 관한 이야기도 전하며, 인간의 잔인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베트남의 시골 마을에서 여자들과 아이들, 노인들을 모아 놓고 불태워 죽이고, 그 뒤 포상을 받기도 했지요. 그들 중 일부가 그런 기억을 지니고,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을 가지고 광주로 온 것입니다.
작가는 폭력과 인간의 존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합니다. 그 과정을 글로 쓰는 것은 고통스러운 투쟁의 과정이고요. 저도 이 소설에서 핍진하게 그려진 잔인한 학살과 폭력의 장면들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스럽지만 폭력과 학살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 135쪽 (한강/ 소년이 온다 중)
R과 재회하고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은, 다시는 ‘R’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더 마음 아프게 보여 줍니다. 뒤늦게 깨달은 이 관계의 소중함과 좀 더 다가가지 못했던 ‘나’의 태도에 대한 후회는 ‘상실감’이 되어 닥치고, ‘나’는 한동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힘겨워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해지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상실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영역일 것입니다. 당시 사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계의 상실을 경험했을까요? 저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의 시간, 돌아올 수 없는 일상들을 마음에 묻고 사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 154쪽 (정이현/ 삼풍백화점 중)
이모를 포함한 외할머니 가족은 전쟁 때문에 우리 집에 피난 온 처지입니다. 비록 외삼촌은 국군, 삼촌은 빨치산이지만,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지요. 하지만 외할머니가 퍼붓는 저주를 들은 할머니는 그 말을 자신의 아들이 죽으라는 말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관계가 매우 악화됩니다. 그렇다고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갈등을 좌익과 우익이라는 이념의 대립으로 보기는 어렵지요. 외할머니의 저주로 촉발된 갈등은 이념의 대립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외할머니는 외삼촌을, 할머니는 삼촌을 무척 사랑해서 생긴, 모성애로 인한 갈등인 셈입니다.
- 182쪽 (윤흥길/ 장마 중)
부정으로 가득했던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길은 어떠해야 할까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소수의 억압에 다수의 민중들이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다면 그 시대는 마땅히 청산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가 보여 주듯이 부정한 권력에 맞서 저항하며 민중들이 승리를 얻어 내는 과정은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지요. 여러분에게 공기처럼 주어진 자유와 평등은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맞서 싸운 결과입니다. 누군가는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는 평안한 미래와 맞바꾸기도 했습니다.
- 222~223쪽 (박태순/ 무너진 극장 중)
출판사서평
문학 작품의 핵심을 꿰뚫게 하는 열쇠말의 힘!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보는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 길라잡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문학 교과목은 학생들이 다양한 문학 경험과 활동을 통해 작품을 수용ㆍ생산하는 능력을 기르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문학 활동의 적극적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함양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이것을 목표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문학 수업과 활동을 진행하지만, 수많은 교과서와 매체를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문학 작품을 모두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는 이러한 학교 현장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는 2018년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문학 작품 해설을 올리면서, 이 콘텐츠가 학생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독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세 가지 키워드’, 즉 ‘열쇠말’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정했다. 작품의 숨은 의미와 맥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독자들을 작품의 핵심에 다다르도록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어떤 문학 작품을 접하더라도 자신만의 키워드를 스스로 뽑아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역사”는 조선시대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뿐 아니라 문학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들로 편성하여 역사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문학이 갖는 시대적·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과 각 시대별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견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