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파주에 이은 〈about dmz〉의 세 번째 목적지는 고성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지역이던 강원도 고성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비대면 여행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멋진 카페, 숙소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인스타그램에는 속초, 양양 못지않게 고성의 사진이 자주 보이는 말 그대로 리바이브(revive) 고성이다.
한국의 북부지역, 발견되지 않은 DMZ 접경지역을 전달하는 〈about dmz〉는 고성의 과거와 현재를 찬찬히 바라본다. 지도를 통해 본 분단 이전의 고성, 그리움의 공간인 금강산,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 등 매거진에는 고성의 찬란한 과거와 잊혀진 기억을 담았다. 동시에, 〈about dmz〉는 전국에서 가장 긴 바다, 전체 면적의 70%인 산, 고성의 터전을 잡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그것을 꿈꾸는 사람들과 같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고성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저자(글) 올어바웃
올어바웃은 로컬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스튜디오입니다. 전문가의 관점과 창작자의 시선으로 지역의 오리지널리티를 발굴하여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about dmz〉 시리즈를 시작으로 단행본 발행, 온라인 미디어, 전시, 공간 등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작
어바웃디엠지 : 릴리브 파주
어바웃디엠지 : 액티브 철원
목차
Dear reader | 리바이브 고성
Focus | 지도로 떠나는 여행
Scene | 고성을 발견하는 34가지 방법
Walk | 숲
Episode | 금강산의 흔적을 찾아서
Talk | 선명한 취향
Life Style | 끝마을 명파리
Food | 고성 막국수다
Novel | #지도서프 #그랜드오픈
Essay | 고성 좋더군요. 곡성 아니고 고성입니다.
Capture | 해시태그 #고성
책속으로
감호 아래로 긴 선이 이어진다. 해변을 따라 끝도 없이 밑으로, 밑으로 이어진다. 자세히 보니 선 위로, 짧은 수직선이 일정하게 그어져 있다. 철도이다. 북한과 철도를 연결한다는 뉴스는 참 오랫동안 봐왔던 것 같다. 철도 연결 소식에 별 감흥이 없던 나지만, 지도를 보니 괜스레 기대된다. 해변을 따라 달리는 기차리니. 무조건 인기 여행 코스가 될 것 같다. 아마 전쟁 이전의 동해선도 낭만이 가득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 지도로 떠나는 여행 / 31p
잘 닦인 도로를 따라 힘들게 오르며 보이는 산들은 모두 백두대간의 줄기이다. 나는 그다지 액티브한 산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백두대간 종주는 인생의 숙제같은 것이라 듣곤 했다. 물론 지리산부터 백두산까지를 잇는 1,800km의 구간은 완주할 수 없지만, 700km 즈음인 진부령에서 마무리 짓는 것을 ‘백두대간 종주’라 표현한다. 인터넷에서는 통일이 되면 백두산까지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종종 볼 수 있다. 통일에 대한 염원은 등산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강원도 인제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는 진부령 정상에는 커다란 표지석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백두대간의 꿈을 잠시 내려놓는 곳이다. - 숲 / 66p
아침 6시, 고성 금강산콘도에 도착했다. 밤새 차를 끌고 온 가족부터, 고성이나 속초에서 하룻밤을 보낸 여행객들도 있었다. 당시 나는 거의 잠에 취해 관광버스로 몸을 옮겼다. 7시쯤 버스가 콘도를 출발하였고, 한 30분이 지났을 때쯤 이곳이 북한이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한순간에 잠이 달아났다. 아버지께서 열심히 군사시설과 한국전쟁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나에게는 버스 안의 풍경이 더 신기하고 재밌었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창문에 딱 붙어서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는 모습이라니. 이동 중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모두들 눈으로 비무장지대와 군사시설을 담기 위해서였다. 창밖과 안, 모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 금강산의 흔적을 찾아서 / 88p
그럼에도 일상은 이어진다. 마을 사람들이 트랙터를 타고 우리 앞을 지나간다. 이들을 따라 걸으니 보이지 않던 삶의 흔적이 나타난다. 펼쳐진 푸른 논과 밭,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빨강, 파랑, 색색의 지붕들. 다른 가게는 사라졌어도 ‘금강산 슈퍼’가 여전히 운영 중인 것을 보면 마을의 일상이 소소하게나마 이어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 끝마을 명파리 / 12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