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누군가에게 여행지지만 나에게는 ‘집’의 다른 이름이다. 울고 싶을 때 엄마 품에 달려가 안기듯 삶에 지칠 때 나는 ‘강릉에게’안기러 간다. 세상을 피해 숨어 버리고 싶을 때, ‘괜찮다’ 라는 한마디 위로가 듣고 싶을 때 강릉은 나를 포근히 안아 준다.
직접 방문해 본 곳들 중 고심 끝에 지극히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만으로만 여행지 목록을 추렸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현지인 찬스’를 쓴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릉의 맛집이나 가볼 만한 곳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상단에 나오는 장소들이 행여 이 책에는 빠져 있더라도 별다른 이유가 없음을 이해 바란다. 『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은 기존의 여행정보 책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름’의 미학을 품으려 본인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의 고생과 정성의 손길로 담아내었다.
나의 강릉이 그대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기를.
저자(글) 박시연
강릉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교복을 입고 문을 나설 때 코끝을 찌르던 지릿함에 신물이 나 악착같이 강릉을 떠났다. 서울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런던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현재는 전시기획, 강의, 기고 등을 하며 지내고 있다.
목차
강릉지도 15
경포전경 16
경포호수 18
초당동
_유리천장 33
_정(情) 37
_ +,- 44
교동택지
_ 이해의 노력 50
남쪽 해안가 - 경포, 강문, 송정, 안목, 남항진
_ 카르마 64
_ 그놈의 갑과 을 70
_ 참, 착해 76
_ 스케줄 92
강릉시내
_ 떡볶이 102
_ 그런여자 108
_ 술맛 119
_ 애를 써라, 최대한 122
북쪽 해안가 - 순긋해변, 사천
_ 배려의 왕 126
_ 도대체, 왜? 134
주문진
강릉근교
_뒷모습 164
_삶은 감자와 찐 옥수수 169
Epliogue 176
책속으로
"유학을 다녀온 여자들은 남자들이 싫어한다는 것, 30대에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건 무언가가 문제가 있다는 것 등등 이해할 수 없는 잣대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만 보고 달렸던 나의 20대가 한순간에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여전히 홀로 잘 지내고 있다.” - 본문 중 발췌
"잘 지내냐는 흔한 안부 인사에 흔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지내는 게 잘 지내는 것인지 잠시 생각했다.” - 본문 중 발췌
"화려한 30대가 펼쳐질 줄 알았던 모국에서 나는 또 다른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귀국 후 일하게 된 작은 회사에서 나보다 몇 살 위였던 팀장은 ‘외국물을 먹은 듯한’ 혹은 ‘괴롭히고 싶은’ 직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고, 인종차별에 치를 떨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유학파’의 꼬리표를 달고 나와, 똑 같은 피부색이었던 이들에게 나는 또 다른 텃세를 감내해야 했다.” - 본문 중 발췌
"‘항상’, ‘모두’라는 단어의 무기력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두’ 나를 사랑해주리란 법도 없고, ‘항상’ 나쁜 사람만 만나라는 법은 없다는 것 등을 느끼며 대단하지도 그다지 보잘것없지도 않은 그런 나의 30대.” - 본문 중 발췌
출판사서평
"싱글로,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서른 넷 여자의 여행과 일상 이야기”
회사 반차를 내어 주머니에 쏙 넣고 강릉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앙증맞은 여행책이 나왔다. [꽁꽁 숨고 싶을 때, 강릉]의 박시연 작가는 해외유학 바람이 불던 80년대생의 강릉 출신이다. 스스로를 강릉여자라고 부르는 그녀는 조기유학파는 아니었지만 20대의 대부분을 홀로 해외에서 보내며 겪은 일화들과 야심차게 한국으로 돌아온 서른 중반이 된 현재, 기대와는 조금 다른 한국에서의 홀로서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는 작가는 분명 자신처럼 도망가고 싶은 순간을 감내하는 그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심정으로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기로 했다고 담담히 말한다. 코로나를 피해 꽁꽁 숨기 바빴던 봄날, 그녀의 책과 함께 숨어보는 것은 어떨까. 무심한듯 따뜻한 위로와 더불어 강릉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가 건네는 현지인 맛집과 강릉 이야기는 포털사이트에서 얻는 정보와 또다른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