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찻집』은 30여 년 동안 차(茶)의 세계를 탐구해온 저자의 찻집 순례기이다. 물로 된 마실거리를 찾아 전국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저자는 여행지 옆의 참 괜찮은 찻집을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독특한 개성이 물씬 풍기는 스물세 군데의 찻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삼대가 이어서 차를 만들면서 한국 녹차의 혁명을 이루었던 지리산 자락의 조태연가(家) 죽로다원을 비롯하여 야생차의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금성명다원과 매월당, 다문 등 국내 수제차 명인들의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수연산방, 비비비당, 차 마실 산, 명가은 등은 주인장의 높은 안목을 자랑하는 찻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저자(글) 류정호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저자 류정호는 부산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10년간 물리교사로 지냈다. 청남 오제봉 선생께서 건네주신 차 한잔으로 차의 세계에 눈을 떴고, 금당 최규용 선생을 통해 다도에 입문했다. 이후 학교에서 차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의 차 생활을 교육하였고, 일곱 명의 제자들이 만든 ‘다우회’를 통해 국내 최초 고등학생 차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1990년대 지식경제부 산하단체인 한국편지가족 서울경인지회장을 맡아 ‘매월 22일은 편지 쓰는 날’로 편지쓰기장려운동을 펼치면서 ‘그리울 때 편지를 쓰고, 외로울 때 차를 마시자’를 웅변하며 차와 편지를 통한 인간의 본성 회복을 강조해왔다.
한국다도대학원에서 논문 《고?근대와 현대 다시의 비교와 다시를 통한 다도의 발견》을 준비하면서 ‘다도’는 ‘생명’의 본성에서 비롯되고 물은 곧 생명임을 알게 된 후 《초의선사의 생명관 연구》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생명윤리 학위를 받았다.
서원대학교 차학 전공자들에게 차학교육학을 강의했고, 서울대학교 ‘다향만당’에서는 15년째 다도 특강을 하고 있으며, 그 밖에 수도원 및 여러 교육기관에서 ‘차 한잔에 담긴 인문학’으로 차문화를 알려나가고 있다.
30여 년 동안 물로 된 마실거리를 찾아다니며 국내?외 현지를 방문한 칼럼을 월간 《다도》와 다수 매체에 꾸준히 써 오고 있으며, 현대인의 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로 《스토리텔링으로 떠나는 꽃차여행》을 펴냈다.
이제 물이 고갈된 현대인에게 물의 여행길을 권하고자 한다. 그래서 시대의 트렌드 같은 여행길에 인생의 시작이자 전부인 물을, 그리고 물이 담긴 찻집을 《여행길에 찻집》을 통해 안내한다.
목차
저자의 말 : 차향 따라 여행을 떠난 길 위에서
1. 조태연家 죽로다원 : 삼대를 이어가는 찻집
2. 비비비당 : 피안을 꿈꾸는 해돋이 곶의 찻집
3. 수연산방 : 이태준의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찻집
4. 금성명다원 : 생명의 땅 나주의 일미 찻집
5. 수종사 삼정헌 : 초의선사와 다산의 만남을 기억하는 찻집
6. 산마루 그리워 : 산마루에 걸린 구름 같은 찻집
7. 매월당 : 매화꽃잎 떨어진 명당 자리 찻집
8. 의재미술관과 문향정 : 봄에 내린 눈과 같은 춘설의 찻집
9. 다문 : 전주의 차 뿌리 깊은 풍류 찻집
10. 명가은 : 소쇄원 옆 명가 찻집
11. 봉선사 차 이야기 : 광릉 숲에 숨은 토담 찻집
12. 시인과 농부 : 젊은이의 양지와 같은 찻집
13. 수다스토리 : 가정집 같이 정다운 찻집
14. 소화방 : 386 빛바랜 청춘의 찻집
15. 차 마실 산 : 사과꽃 향기 따라 마실 가는 찻집
16. 사유 : 역사와 문화의 차향이 가득한 찻집
17. 죽림다원 : 천년학이 둥지를 튼 찻집
18. 세미원 :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찻집
19. 테라로사 : 커피나무를 키우는 찻집
20. 하루 : 그 겨울의 찻집
21. 한학촌 후덕당 : 스토리텔링으로 감도는 찻집
22. 교동다방 : 오래된 기억의 찻집
23. 다향만당 : 아픈 청춘을 토닥이는 찻집
책속으로
찻집은 우리 마음바닥이 갈구하는 자리다. 찻집은 색?향?미가 온전한 차는 물론, 자연스런 여백을 토대로 하고 간결한 기둥을 세운 후 세련된 안목을 배치해야 한다. 그제야 길게 안착할 수 있고, 차 한 잔의 고유한 본성이 살아난다. 색?향?미와 치유력은 차의 본성이다. 사람들은 차 한잔에서 자신에게 숨은 빈자리를 찾곤 한다. (53p)
지금은 한 끼 밥보다 스트레스가 남긴 상처의 치유를 갈구하고 표방하는 세대다. 언젠가부터 ‘힐링?치유’가 문화적 코드의 대명사가 되었다. 고봉으로 꾹 꾹 눌러 담은 밥과 기름진 반찬만으로는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숭늉 한 사발에 입가를 쓰윽 닦으며 행복한 표정 짓던 조상들은 이해하지 못할 지금의 허기이고 갈증이다. 그래서 마실거리에 천착할 수밖에 없게 된 지금이다.
물은 곧 생명이고, 그 생명에 윤기를 더하는 것이 차이다. 나와 너의 삶에 윤기를 더할 ‘나만의 찻집’을 갖지 못할 요량이면, ‘찻집’의 로망니스트에게 가이드라도 하는 것이 오랜 세월 차를 따라온 책무라 여겼다. (90p)
찻집의 조건이 풍광 좋고, 차 맛만 좋으면 되는가. 하나 더 보탤 것은 ‘주인’이다. 거듭 말하지만 전망 혹은 인테리어 그리고 차 맛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찻집의 덕목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주인장의 ‘끌림’이 있어야 한다. 주인장은 한 번 온 손님을 다시 또 오게 하는, 그리고 그 손님이 또 다른 무리의 손님을 이끌고 오게 하는 힘이다. (95~96p)
출판사서평
차향 따라 길 위에서 만난 참 괜찮은 찻집 이야기!이 책은 30여 년 동안 차(茶)의 세계를 탐구해온 저자의 찻집 순례기이다. 물로 된 마실거리를 찾아 전국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저자는 여행지 옆의 참 괜찮은 찻집을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독특한 개성이 물씬 풍기는 스물세 군데의 찻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삼대가 이어서 차를 만들면서 한국 녹차의 혁명을 이루었던 지리산 자락의 조태연가(家) 죽로다원을 비롯하여 야생차의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금성명다원과 매월당, 다문 등 국내 수제차 명인들의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수연산방, 비비비당, 차 마실 산, 명가은 등은 주인장의 높은 안목을 자랑하는 찻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커피하우스 간판이 나날이 늘어나고 커피 수요가 증가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저자는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물맛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찻집의 필요성을 찻집 순례를 통해 역설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차 한잔을 통해 생명의 가치에 대해 묻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의 찻집을 찾아가는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노라면 독자들은 어느새 맑은 차향 속에 여독이 풀리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과 차와 찻집에 얽힌 이야기들이 저자의 맛깔스런 글과 함께 단아하게 차려진 찻상과 같은 책이다. 은은한 차향으로 가득한 책이다.
1. 여행, 차를 품어야 하는 까닭은?여행이 트렌드가 된 세상에서 책은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밥만 먹고 살아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면, 이즈음은 차가 밥과 같아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소유의 밥이 아니라 치유의 밥이 되었고, 차 또한 그러하다. 밥집은 밥만 맛있어도 되지만 찻집은 주인장의 안목이 필요하다. 전문 인테리어 업체가 뚝딱 하고 우수죽순처럼 만드는 커피전문점이 나이롱 치마 입은 발랄한 십대라면,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마실거리를 메뉴로 내어놓은 찻집은 한땀 한땀 바느질한 옷을 입은 다소곳한 여인과 같다. 아름다운 여인 같은 찻집을 찾아 저자의 발길은 부지런했다.
"대관절 차가 뭐길래 그리 쏘댕기는 거요?”
찻집을 찾아 길을 떠날 때면 듣곤 하던 질문에 저자는 ‘차벽’이라고 말한다. 강하지 않으면서 멀리서도 끌리는 담담하고 우아한 차향은 저자가 배낭을 꾸리고 길을 떠나게 만든 원인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여정은 아름다운 차향 속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돌아오는 길에 여행지 옆의 괜찮은 찻집을 들려볼 일이다. 차를 우리고 기다리는 일은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을 요구한다. 느림의 가치와 여유로움이 주는 사색의 시간을 지나면, 지친 여행은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마친다. 여행길에 찻집이 필요한 이유이자 여행, 차를 품어야 하는 까닭이다. 볼거리와 먹거리 위주의 여행에서 갈증을 풀어주는 마실거리가 왜 중요한지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책이다.
2. 찻집 로망니스트들에게 들려주는 찻집 이야기찻집은 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주인장의 오래된 손맛과 웅숭 깊은 안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잔이 차를 통해 전통 정신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뚝심 있는 찻집은 그래서 차 문화의 메카로 자리 잡는다. 책에는 스물세 군데 찻집을 소개하고 있다.
삼대를 이어가는 조태연家 죽로다원, 류효향 씨의 품격 높은 안목이 돋보이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비비비당 찻집, 이태준의 문학이 살아 숨 쉬는 성북동 수연산방, 전라남도 나주의 일미 찻집으로 유명한 금성명다원,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이 차를 통해 서로를 위로한 수종사의 삼정헌 무인 찻집,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 마루 그리워, 전라북도 남원에서 전통 제다로 고려단차를 만드는 신목 오동섭 씨의 매월당 찻집,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의 춘설차로 유명한 광주의 문향정, 전주의 차 뿌리를 찾아가는 다문 찻집, 전라남도 담양의 소쇄원 옆 명가 찻집 명가은, 광릉 숲에 숨은 토담 찻집 차 이야기, 수원화성 근처 젊은이의 양지와 같은 찻집 시인과 농부, 일산의 퓨전 찻집 수다스토리, 30년 넘게 이어온 부산 남포동의 오래된 찻집 소화방, 춘천의 산새에 반해 강남을 떠나 찻집을 연 도예가이자 디자이너 유혜란 씨의 찻집인 ‘차 마실 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는 전통 찻집 사유, 전등사 가면 꼭 한 번 들렸다 와야 할 죽림다원 찻집,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세미원 찻집, 강릉의 유명한 커피전문점 테라로사, 옥정호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라북도 임실의 하루 찻집, 대구한의대학 한학촌의 후덕당 찻집,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강화도 교동도의 교동다방, 대학 찻집이 메카를 자부하는 서울대학교 내의 다향만당 등 책에는 찻집 이야기와 그 지역 여행지에 만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소개되어 있다.